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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Aug 11. 2021

'시'와 친해진다는 것.

정답도 실패도 없이 오롯이 '시'만 존재한다.

<아이스크림>


너는 구름인가 솜사탕인가

입에 넣자마자 사라지네

너는 꿀인가 설탕인가

입에 넣자마자 짜릿하네

너 한입 나 한입

너 하나 나 하나

두입 먹다 걸리면

손모가지 아작 난다

조심해라.




2019년 여름 일하다가 장난 삼아 지은 <아이스크림>이라는 시이다.

묘사와 해학이 담긴 유쾌한 시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누군가는 저게 무슨 시냐면서 타박을 줄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최근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박연준 시인이 시는 어렵지 않고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겁니다.'

'부디 시를 빵처럼 씹고, 커피처럼 마셔보세요. 맛이 없으면 뱉으면 됩니다.'

<쓰는 기분> 中


시에 대한 이 말들이 너무 공감이 갔다.

우리는 '시'라고 하면 그 안에 숨은 의미를 내포해야 하고, 그것을 유물을 발굴하듯이 조심 스래 찾아내야 하며, 시의 운율을 맞춰야 한다는 주입식 교육이 세뇌시킨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은 다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시는' 그저 '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이 벚꽃이 흩날리는 것 같아'

'세상에 어떤 말을 다 담아도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을 표현할 순 없을 거야'

등등

은유와 비유와 메타포를 사용하여 세상을 표현하려고 했다.


재미있었다.


표현의 즐거움을 마치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알게 되었다.

장난 삼아 썼던 예전의 '시'들도 모두 장난만이 아닌 나름의 의미와 생명을 부여받은 '시'였다.

'시'의 구름에서 나는 수영하고 있다.


산문도, 에세이도, 장문의 시도, 단문의 시도 우리의 말도 모두 '시'이다.



<장이>


장이야

수줍게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따스한 내 몸속에서 수줍게 미소 짓던 장이야

내가 미처 너를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구나.


장이야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너의 이름을 또 한 번 불러본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었고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되었다.


장이야

부디 평온을 찾길 바라며 너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 본다.


장이야

맹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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