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으로 가면 쑥국! 쑥국!
그때는 미세먼지와 오염을 걱정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밖에서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았고,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게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7살, 잠시 여수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5층밖에 되지 않았으며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는 잔디가 펼쳐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잔디와 잔디 사이에는 봄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향긋한 쑥이 빼꼼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쑥이 보이는 계절, 봄이면 외할머니께서 종종 우리 집에 찾아오셨습니다.
저는 외할머니 손을 잡고 아파트 잔디로 나가 숨어있는 쑥들을 찾는 보물 찾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쑥들이 우리 가족이 먹을 양이되면 냉큼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엌에선 도마와 칼이 만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고, 이내 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봄내음이 가득한 쑥국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습니다.
그런 쑥국을 저는 마시듯 입속에 넣기 바빴습니다.
쑥국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그냥 뚝딱 해치우고 더 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쑥국은 저에게 간장게장보다 더한 밥도둑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수에서의 생활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우리 가족은 포항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집은 아파트도 아니었고 잔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제가 쑥국을 좋아하는 걸 아시곤 시장에서 종종 쑥을 사 와 쑥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저는 입에 넣기 바쁜 와중에 엄치를 치켜세우며 엄마가 최고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면, 햄버거, 피자 그리고 치킨 등등의 온갖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 세상을 알게 되었고 학교에 다니며 급식을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집을 떠나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게 되면서 밥을 차려먹는 일도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혼자 밥을 먹다 보면 쑥국 생각이 납니다.
쑥국과 함께 뛰어놀던 여수의 아파트 풍경도 생각나고,
지금보다 젊고 정정했던 외할머니 얼굴도 생각나고,
뽀글뽀글 파마를 한 삼각 머리의 엄마의 젊은 모습도 생각나고,
장독대 위에서 점프를 하다 팔이 부러졌던 내 어린 시절도 생각나고,
강아지가 무서워 누나들과 울면서 도망치던 모습도 생각나고,
그리고 눈앞에 쑥국이 있는 것처럼 쑥국의 향긋한 봄내음의 향기도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집에 내려가면 쑥국을 해달라고 이야기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