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놀이동산
그 시절, PC방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고, 멀티방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골목이 제일의 놀이동산이었습니다.
그 시절, 앞집에는 누가 사는지,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 옆집의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난 시간 골목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골목의 모든 아이들이 나와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골목이 아지트이자 놀이동산이었습니다.
별다른 장난감도 없이 그저 돌멩이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숨바꼭질도 하고,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악당이 되어 우리들만의 영화를 찍기도 하고, 지금은 잘 생각나지도 않은 여러 이름들을 가진 놀이들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저녁이 다가오면 하나둘 엄마들이 대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야~ 밥 먹자~'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이들은 하나둘씩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떠났습니다.
제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팽이치기였습니다.
무궁화 팽이, 철 팽이, 야광 팽이, 빨간 팽이 등등 팽이들마다 이름이 붙어 있었고 우리들만의 팽이 서열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강한 팽이는 무궁화 팽이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몇 없었을뿐더러 이상하게 무궁화 팽이만 만나면 팽이들이 속절없이 지고 말았습니다.
줄을 팽이에 돌돌감아 힘껏 내쳐 팽이를 돌린 후, 줄로 팽이를 밀어 서로의 팽이가 부딪히게 한 후 살아남는 팽이가 승자가 되었습니다.
줄로 밀어서 팽이를 이동시키기도 했지만 잘하는 친구들은 두줄로 돌고 있는 팽이를 들어 던져 내리찍기도 했습니다.
저는 꽤 팽이치기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비록 무궁화 팽이는 없었지만 제게는 제가 제일 아끼고 회심의 무기로 사용했던 빨간 팽이가 있었습니다.
그 팽이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모릅니다.
학교에 갈 때도 가방에 넣고 다녔고 집에 와서도 혼자 마당에서 팽이를 돌리곤 했습니다.
요즘은 팽이를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옛날 놀이라고 체험하는 곳에 가면 정말 민속촌에나 있을법한 팽이가 있었고,
조카가 팽이놀이하자고 들고 오는 팽이는 줄이 아닌 막대를 끼워 돌리는 탑블레이드 팽이였습니다.
이제는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도 없으며
제가 살던 동네도 주택들이 다 허물어지고 원룸이나 빌라가 세워져 그때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 둘 추억이 사라져 가는 슬픔이 한켠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것 또한 흘러가는 시대일 것이라 생각하면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집전화를 들어 친구의 집 전화번호를 누르고 '안녕하세요. ○○인데요. ○○ 집에 있어요?'하고 물어보던 때
골목에서 동네 또래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때
팽이를 돌리며 누가 이기나 웃으며 경쟁하던 때
저녁이면 흘러나오는 밥 짓는 냄새와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이야기하는 어머님의 외침
PC방이 없어도, 휴대폰이 없어도 할 놀이들이 너무나 많았던 그때.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소중했던 그 시절 추억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