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어린시절
저에게 종이접기는 언제나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남들이 다 접는 학 접기도 몇 번을 배웠지만 다 잊어버리고 접지 못합니다.
어렸을 적 수 없이 접었던 딱지도 이제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하나 접는 종이 접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연꽃'입니다.
이상하게 다른 종이접기는 다 머릿속에서 사라졌는데 오로지 연꽃만이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연꽃 접기를 배울 때 기억이 강렬했던 것이었을까요?
시간은 과거로 멀리멀리 흘러갑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지 3학년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저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린이 사찰 캠프에 어머니가 보냈고 며칠을 절에서 생활했습니다.
여러 초등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수행보다는 재미있는 활동 위주로 일정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절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설명을 듣고
목탁 소리에 맞춰 가부좌를 틀고 힘들지만 가만히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사찰 캠프 중에서 지금도 마치 사진처럼 명확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시간은 저녁이었고 또래 친구들과 모여 앉아 스님이 알려주는 종이 접기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이 시간이 연꽃을 접는 방법을 알려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한지를 받았고 스님이 알려준 대로 한지의 한 면을 서로 마주 보게 접었습니다.
각 모서리 네 귀퉁이를 마주 보게 접고
똑같이 모서리를 마주 보게 접고
뒤집어서 모서리를 접은 후
각 귀퉁이를 부여잡고 뒷면의 한지를 반대쪽으로
어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습니다.
완성된 연꽃은 어설펐지만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진짜 연꽃처럼 연꽃잎들이 원을 이루며 서로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에 다양한 색상의 한지로 연꽃을 몇 개나 접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접었던 연꽃은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사찰의 탑 주위에 활짝 만개해 있었고 그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캠프가 끝난 이후로도 종종 연꽃을 접었습니다.
아마 저도 모르게 연꽃을 접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신기합니다.
어떻게 20년도 넘게 지난 그때 그 일을 기억하고 연꽃 접는 방법을 잊지 않았는지.
그때의 기억은 종이 접기로 연꽃을 접었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았는데 왜 이 기억만 강렬하게 남았는지.
아마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서도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말고 살아라는 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