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한참 이전 그때
인생의 첫 기억이 무엇인가요?
옹알이를 하던 아기 때?
아장아장 기어 다니던 시절?
어린이집에 들어갔을 때?
사람마다 가장 어린 시절 처음 기억은 다르겠지만
제 기억은 여수에서 시작됩니다.
몇 살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수의 귀여운 아파트에서 뛰어다녔습니다.
5층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운데 잔디가 깔린 공터를 아파트 건물들이 마주 보며 인사하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매우 두껍고 투박했던 브라운관 TV가 거실 가운데 있었고 그 옆엔 지금은 보기 힘든 전축이 자리 잡고 있었고, 한쪽 구석엔 장독대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장독대를 기억하는 이유는 부끄럽게도 어릴 적 제가 그 장독대 위에 올라가다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느 어린아이들처럼 참으로 말 안 듣고 뛰어다니기 좋아했습니다.
유치원 친구들과 아파트 잔디밭에서 놀기도 했고, 아파트 바로 뒷산으로 올라가 개구리 보물 찾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기억들은 잘 나지 않습니다.
물이 채워진 빨간 다라이에 빨가벗고 목욕하는 사진이 있지만 그 사진을 보면 다른 사람을 보는 듯 놀랍기만 합니다.
바가지 머리를 하고 멜빵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가던 그 시절이 제가 기억하는 처의 인생 첫 장입니다.
쪼그만 아이가 그보다 더 쪼그만 강아지를 엄청 무서워했고 강아지만 봐도 무섭다며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누나들과 코를 흘리며 골목을 걷다가 강아지를 마주하고는 셋이 쪼르르 소리를 지르며 뒤로 달려가 담벼락에 붙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던 추억도 있었습니다.
단편영화보다 더 짧은 단편영화처럼 지금은 작은 장면들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해맑게 웃으며 마냥 뛰어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시절입니다.
아마 그 이유는 기억의 조각들이 남긴 소중한 추억들 때문이겠죠.
당신의 첫 번째 추억의 한 페이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