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시절과 그리운 그 맛
예전엔 소풍이나 운동회 등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면 급식 대신 각자 집에서 도시락을 싸왔습니다.
저도 중고등학생 때 소풍을 가면 항상 김밥을 싸갔었습니다.
어머니가 싸주신 그 김밥 속에는
단무지, 햄, 계란, 어묵, 맛살 그리고 오이, 이렇게 간단한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김밥 속재료는 몇 년째 바뀌지 않았고 유부초밥을 싸오는 친구들, 고기를 싸오는 친구들, 김밥에 치즈와 참치가 들어간 친구들의 도시락을 보면서 저도 색다르고 다른 재료가 들어간 화려한 김밥을 싸가서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소풍이 왔고, 이번엔 어머니에게 오이나 맛살 말고 참치나 불고기 또는 우엉이나 깻잎을 넣어 특별히 맛있게 싸달라고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며 졸랐습니다.
제 칭얼거림이 듣기 싫었는지 아니면 제 마음이 닿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안싸줄것 같던 어머니는 재료가 듬뿍 들어간 김밥을 일 나가기전 바쁜 시간을 쪼개 싸주셨습니다.
그리고 소풍을 가서 김밥을 자랑하며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김밥이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그 김밥을 싸기 위해 평소보다 한시간 더 일찍 일어나 지단을 만들고 어묵을 볶고 깻잎을 다듬고 불고기를 만들고 재료들을 손질해야 한다는 것을
그시절 고등학생이었지만 아니 고등학생이라서 철이 없었고 원하는 것을 말한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어리석게도 믿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수도 있고, 몰랐어, 그런 현실들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나이가 들고 사회에 나가고 직접 경제활동을 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쉽게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저 가볍게 보이는 김밥마저도 이제 한 줄에 3,500원이며, 직접 김밥을 싸 보니 손이 너무 많이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김밥을 먹고 싶으면 밖으로 나가 사먹을 수도 있고, 김밥보다 더 맛있는 음식들도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때 매년 소풍때 먹었던 어머니가 직접 싸주신 그 소박한 김밥이 오늘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