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떠난 80년대

통기타 담긴 찬란한 추억

by 초곰돌이

불이 꺼지고,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나의 하루를 가만히 닫아주는 너, 은은한 달빛 따라 너의 모습 사라지고~'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신문지를 원형으로 깔아놓고, 새우깡을 안주삼아 식은 소주로 건배를 합니다.


'탁', 불이 꺼지면 어둠이 찾아오고 촛불의 꽃들이 피어나 주변을 밝혀줍니다.

그 촛불의 은은한 불꽃의 향기에 서로의 얼굴이 일렁이게 물결치고, 잘 보이진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하나 되어 노래를 부릅니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난 당신을 생각해요~♪'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물살의 깊은 속은 항구나 알까~♩'


기타 소리와 노래는 끝날 줄 모르고 하염없이 하염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아갑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식어서 쓴맛만 강해진 소주를 기울이고 새우깡을 입에 넣고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런 마음 하나하나가 촛불 하나에 의지하며 하나가 되어 우리는 21세기에서 20세기로 떠납니다.


20살에 얼떨결에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통기타는 졸업할 때까지 찬란한 대학생활의 전부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1학년, 친구를 따라 아무것도 모른 채 우연히 동아리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속에서 만난 통기타와 선배의 노랫소리에 사이렌에 현혹된 선원처럼 이끌려 그 자리에서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기타의 기자도 모를 때 그렇게 통기타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 같이 함께 모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분위기가 낭만적이었습니다.

수업과 수업 사이 동아리방으로 향해 왼손으로는 기타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로 기타 줄을 매만졌습니다.

날이 좋아서 고기를 구워 먹었고, 고기와 빠질 수 없는 죽마고우인 소주를 불러들였습니다.

날이 좋지 않아서 파전을 구웠고, 파전과 절친인 막걸리를 소환했습니다.

때론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배짱이가 되었고 그 순간을 온전히 만끽했습니다.


마치 80년대 통기타 전성시대처럼 21세기에 20대의 청춘을 불태웠습니다.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아마 그때처럼 촛불을 등불 삼아 둘러싸고 밤새 술과 기타와 노래와 함께 하는 그 순간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소중한 추억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가장 빛나고 찬란한 20대 그 시절.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누구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수해도 다시 일어서 도전할 수 있었으며,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


인간은 추억을 먹고사는 배고픈 동물이라고 했던 말이 있듯이,

행복하고 그리운 추억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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