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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앳지 Jun 30. 2023

역할

선한 당신의 마음이 내 마음과 만나는 순간 선물이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잊혀 가는 세상 속에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그 어디라고 해도

언젠가 우린 곳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이런 사람 또 저런 사람으로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다른 느낌 다른 역할로 변화해 가며 말이지


오늘은 만나야 할 손님과 가게주인으로

알아가길 바라


인적이 드문 조용한 가게 안에 네가 있어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도 있을 거야

생각한 만큼 장사가 잘 되질 않아

지쳐있는 너야


그 모습을 보면서

난 반가운 인기척을 내며

가게 안으로 씩씩하게 들어갈 거야


이내 생기 있는 목소리로


"사장님 안녕하세요... 카페 오픈 하셨나 봐요

오픈이라고 쓰인 문구 보고 지나다 들렀어요.."


넌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오래간만에 일어나

오래 앉아 있던 탓에

구겨진 순면 100% 앞치마를

새침하게 의식하며 각을 잡는 시늉을 할 테지


그러다 굉장히 친절한 어조로

멋쩍은 미소와 함께 초보티 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거야


"네 어서 오세요... 손님

요새 코로나로 많이 조용하네요

아직 광고가 많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하며 담담하게 얘기하는 너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애잔해질 테야


그리고선 네게 말하는 거지


"사장님 카페에서 가장 추천해 주시는 음료로

잔 주세요.

한잔은 핫(Hot)으로 한잔은 아이스(Ice))로 추천해 주실래요?!..."


그러면 넌 내게 말해


"네... 그럼 따뜻한 건... 모모라떼를 드시고

시원한 건...해일치노로 드세요...


제가 몇 년을 고심하며 만든 시그니처 메뉴예요..


맞다... 그리고 저희 카페는 친환경 자재로 만들었어요.

제가 인건비 아끼려고 하나하나 다 제 손을 거쳐서 탄생시켰어요...

인테리어 하다가 손도

베이고 팔도 다치고... 그랬어요


더 좋은 자재로 하려고 자재값 번다고 막일도 숱하게 하면서 인테리어 비용 벌려고 용썼어요...


2층도 한번 올라가 구경해 보셔도 좋아요...


특히 통유리창을 중심으로 풍경을 감상해 주세요

멋진 풍광을 화폭처럼 담으려고 통유리 천장을 비롯해서 바깥 풍광을 액자처럼 볼 수 있게끔 저 진짜 노력 많이 했어요"

하며 한참을 가슴속에 맺힌 혼자만의 진심을 푸념이라도 하듯 마구 쏟아낼 테지


나는 감탄하다 또 연신 깜짝 놀란 척도 해가며...


" 아궁...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사장님 제가 사진을 좀 찍어가도 될까요.

사실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음... 초면에 너무 황당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 블로그에 올라간 가게는 하나같이 21일이 지나면 놀라운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돼요...


음... 진짠데... 이렇게 제 입으로 얘기하기가 참 애매한 게 부끄럽네요...


저 이상한 블로거는 아니고

제 블로그가 그리 유명하진 않은데

이곳에 내걸리는 순간....

단번에 알려지는 뭐... 놀라운 효과라고 할까?!

그런 걸 아무쪼록 체험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넌 진짜 온 사방이

떠나가듯 황당해하며 깔깔 웃어대


"진짜요? 와우... 저 그 말 너무 믿고 싶네요.

아니 믿을래요....

감동이에요.. 그 자체로 감동...

오늘 기분도 좋은데 음료는 그럼 서비스로 다 드릴게요...

제 마음입니다요..ㅋㅋㅋ."


난 다시 네게 딱 잘라 거절하듯 말해


" 사장님 지나는 수많은 카페 중에서

제가 선택해서 손님으로 들어온 거잖아요


저희는 손님과 사장님으로 만난 거니

그 역할에 한정해서 그저 최선을 다하기로 해요


전 어떤 대가도 바란 적 없어요


대가를 바랐다면 21일의 기적도 없었을 거라고요."


난 단호하게 내 마음을 네게 전해


그리고 유유히 2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주변을 두리번대다 관찰하듯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금방 시작되는 거야


셀 수 없는 각도 속에서 탄생할 마법의 사진...

너와 나의 역할이 형상화되는 과정처럼 말이야


카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줄 곳곳과

너의 마음을 투영하듯 깨끗한 눈처럼 맑은

통유리창 그 속으로 펼쳐질 화폭 같은 너의 소망이 잠들어 있는 하늘을... 담아내는 거야


잠시 후 네가 날 부르기 시작해


"다 됐어요... 어서 오세요... 손님..."


상냥하고 기대에 찬 네 목소리를 들으며

설렘을 안고 한 계단 또 한 계단 밟으며

1층으로 내려가


그래 우리 역할은 오늘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오늘 여기까지야!


소원을 이루고 싶은 한적한 바닷가 카페 사장과 희망을 선물하는 손님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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