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민 Feb 05. 2023

사선

<斜線>


사선은 동력의 표출이다. 긴장(tesion)으로부터 발생되는 동력은 사물의 안정을 위하여 물리학과 기하학을 동원하여 이룩하는 모종의 새 질서다. 이른바 역학(力學)의 발생이다.


역학적 무결이 건축을 완성한다는 것이 태고로부터 건축의 원칙이었다. 그리하여 역학을 기반로 하는 이론, 구조(構造)는 비투르비우스(Vitruvius)의 주장을 예로 들더라도 맨 먼저 구조(firmitas), 그 다음이 기능(utilitas), 미(venustas)의 순으로 거론된 것이다.


반면, 동력과 긴장이 시각적으로 요소화 되면, 시각을 중시하는 뭇 건축가들에게 꽤 매력적이다. 하물며 여타와 견주어 특출하고 자극적이어야 하는 요즈음의 상업 건물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므로 너도 나도 사선의 극적인 연출에 골몰한다고나 할까. 나 또한 예외일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어느 라운지에서의 질식할뻔한 풍경의 경험은 모두에게 별 충격이 되지 못한 것과 같이 이미 만연된 유행과 같은 것이다. 외부에서의 예측과 달리 (tension을 이루지 못하는) 굵은 사선의 무리 곁에 강건한 수직의 기둥이 보란듯이 버티고 있었음에도, 그 정도의 혼란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보아 넘기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명디자이너의 유려한 설명과 네임벨류, 혹은 미리 보고 들어온 화려한 건물의 외관에 이미 넋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자 기판의 회로와 같은 망상의 사선이 거리의 대세가 되었음은 별로 놀랄 일이 못된다. 나 또한 예외일 수 없어, 구조적인 tension과 관계가 있든 없든 매일 사선을 그어댄다.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자극적이니 하물며 실패의 확률도 줄어 드니 매우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적응이라고나 할까. 오늘도 스케치의 초기부터 여지없이 사선으로 치닫는다.


그러다 가끔씩 멈추어 서게 됨은? 힘이 달려서인지 혼란스러워서인지 모르겠다. 가끔 대상도 없고 원인도 모를 모종의 모멸감으로 멍해질 때가 생기는 것이다. 머~엉. 무얼까? 혼란이란 말이 근원한 것이겠거니 혼돈의 상태라 해 두자. 그리고 생각한다. "모든 창조는 거기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다시 혼돈으로 돌아 가라. 그리하여, 시작부터 진실하라."


에이 씨~ 부욱 찢어버리고 다시 그리자. 오늘은 여기 까지.

.

매거진의 이전글 사라져가는 것을 그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