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말하다
*부제 / 장모님 기일, 산소에 다녀오다
그 날로부터 저 나비 날았을까
싸늘한 가을 바람과 함께 가시던 날
거기 땅에 마음 함께 묻고 허기가 찼던 날
빈 동공 아래로 돌부리만 채이던 그날
그곳 채워주려 그리 열심히 날갯짓이었을까
괜찮아 아이들아. 세상이 저리 밝지 않니?
그날 우리 처음으로 나비의 말을 들었고
비로소 고개 들어 세상의 붉은 빛 보았다
싸늘한 공기 다시 스치는
오늘도 음력 구월 이십오일 그날
저 멀리로 사라지던 하늘의 끝을 또 바라본다
나는 내려오실 나비의 길을 오늘도 믿고
노란 색으로 단장하시고 마침내 나타나시다
날개짓이 한결 가벼워 지셨다.
멀리로 또 가까이로, 내 머리 위로 또 발 아래로
나비가 나를 찾고, 내가 나비를 따르고
나비와 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길을 내려온다
아이야 돌부리 걸릴라 가끔 아래를 내려다 보아
나는 돌부리를 보다 또 나비를 올려다 본다
마침내 사라져 버릴 것만같은 하늘의 끝도 본다
마침내 돌부리 사라지고
내 앞의 붉은 세상을 다시 바라보다
마침내 허둥지둥 노란 나비 올려다 보지만
노랑 나비 오간데 없고, 그러나
이번엔 먼 하늘의 끝이 더 또렷이 보이고
허공 채운 날개짓, 빈 가슴에 바람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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