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말하다
그림 / 이종민
태풍이 마악 지나가나 보다. 비바람이 몰아치다 마침내 소란이 잦아드는 저녁. 나는 책상에 앉아 집으로 내려올 아이들을 기다리며, 책을 보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또 글을 써 보기도 한다. 명절 전야의 특별한 감정. 그것은 오래된 그리움인가? 아니면 새로운 설레임인가? 늘 익숙하면서도 해마다 새롭다.
오래된 책을 다시 펼쳐보는 것도, 오늘 같은 날. <아버지와 아들>. 박동규 교수가 아버지의 박목월 시인의 일기와 아버지를 회상하는 자신의 글을 1부, 2부로 엮어 놓았는데, 나는 식구들 생각이 날 때마다 이 책을 펴 보곤 한다.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내 아버지 어머니를 포함하여….. 식구들의 순간을 세밀히 기록한 아버지. 그러한 아버지의 순간을 책으로 옮기며 그리움을 승화시키는 아들. 그런 단순하며 아름다운 책이다.
그리움이란 오래전 어느 순간의 스침에 대한 기억들의 집합인가 보다. 기억의 소환. 가족이란 이토록 세밀히 스쳐야 하는 존재들있었는데, 그렇지 못함에 대한 회환이 문득 나를 때릴 때가 왜 없을까? 그때마다 나는 식구들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자. 그리고 오래된 책을 다시 펴 보기도 하자. 시간에 태풍이 잦아들 듯, 내 그리움도 끝내 옅어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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