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푸른 고래

부산 영도구, 흰여울마을

by 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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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건물이 동물이나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다. 오래전 아미동 어느 골목에서 녹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슈렉을 만난 적도 있었다. 건축가의 지나친 상상일테지만 말이다.


저기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푸른 고래’라고 외쳤다. 파란 페인트로 온 몸을 두른 언덕 위의 건물은 당장에라도 바다 속으로 뛰어들 것만 같았다. 나는 이 건물이 바다로 뛰어들기 전에 꼭 그려두리라 마음 먹었다.


그날 비와 짙은 안개로 사물의 경계가 사라지고 색이 불분명 하였다. 하지만 나는 비와 안개를 걷어내고, 햇빛 아래에 푸른 고래를 내려 놓고 그려 나간다. 사람들이 쓰고 있던 무채색의 우산은 햇빛을 가리려는 파라솔로 바꾸면 어때? 그리고 색은 야할 정도의 짙은 원색을 쓰기로 한다.


푸른 고래여! 너를 놓아 주려는 나의 조급함은 여기 까지다. 이젠 바다로 풍덩 뛰어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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