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화첩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민 Mar 07. 2023

부산 화명동, 화명생태공원


그림을 그리면서 알았다. 잔잔하다고 하여, 변화가 없지 않다는 것을. 물 밑이야 물의 이동으로 분주할 테지만, 대체로 이런 수면 위는 고요하고 평온하다 여겼다. 하지만 물 앞에 오래 앉아 있으니, 물의 표면 또한 마치 중국 마술사가 순식간에 옷을 갈아 입듯이 수시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비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라지고, 색깔 또한 푸르락 붉으락, 때론 산뜻하거나 암울하게 색을 바꾸고. 가끔 물새떼의 이동으로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기도 한다. 물이 만드는 조화라기 보다는 물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의 변화를 물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은 얼마나 품이 크며 따듯한가. 미추, 대소와 관계없이 비친 모두를 아름답게 하려 한다. 그리하여 그것은 늘 사물의 아래에 임하려 하고, 최대한 자세를 낮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 / 벚꽃에 붙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