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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Mar 07. 2023

바람 / 벚꽃에 붙임

부산 기장군, 대변마을



1. 

벚꽃 바람 / 해마다 꽃의 바람기는 나의 표현 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매화, 목련, 진달래와는 달리, 나의 욕구는 조잡한 시를 써 보는 정도로 그치고 만다. 

예를 들어 꽃 그림 중에서 벚꽃을 그리는 것이 내겐 제일 어렵다. 하물며 꽃의 바람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닌가. 벚꽃 그림은 개체의 표현도 자신이 없고, 무리를 그려도 좀체 마음에 안 든다. 색이 없고, 그림자도 불분명하고, 명암도 흐릿해서 일까? 꽃은 늘 나를 지독한 혼란에 빠트린다. 다만, 최종적으로 굵고 울퉁불퉁한 줄기를 그릴 때에 비로소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그리하여 내게 벚꽃은 꽃이 아니라 나무의 이미지로 굳혀진다.


2.

  벚꽃 엔딩 / 누군가 말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혹 그게 진실이라 하더라도 지극히 순간적인 것이므로 절대적이 아니라고. 

나의 움직임에 따라 사물의 모습은 바뀐다. 내가 좀 더 빨리 회전하는, 마치 카멜레온과 같이 재빠른 눈을 가졌더라면 흩어지는 꽃잎은 필시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 아닌가.

느린 눈으로 본 것으로 세상을 속단하지 말자. 세상 모두가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것. 실은 이런 나의 포착도 자전이 아니라 공전 중의 것이었임을....

아~ 낙화의 과정을 본다는 것도 나름 얼마나 우주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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