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화첩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민 Mar 11. 2024

몬스테라 어린 잎


작년 가을, 이파리 세 개를 잘라 물병에 꽂았다. 수경재배. 그리고 그것을 조카네 가게에 선물하고, 나를 스쳐간 몬스테라를 잊고 말았다.


올해 초, 무심코 버려둔 뿌리에서 새 잎이 돋고, 봄이 되니 제법 구색을 갖춘다. 물을 뿌려주니 물방울이 윤슬처럼 맺힌다. 큰 잎이 갖추었던 멋스러움을 흉내낸다고나 할까?


나는 얼른 그것을 그린다. 몬스테라의 선전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물방울 만큼이나 눈부셨던 것이다.


오호라. 내가 잎을 키운 것이 아니라. 몬스테라가 나를 가르친 것이구나. 잘리운 잎 아래의 어두운 곳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거두지 말아야 함을. 하물며 흐르는 시간에 당당해야 함을.

매거진의 이전글 대저할매국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