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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Mar 19. 2024

차라리 시를 읽는 날

* 젊은 조카를 보내면서


너를 보내러 가는 길에, 며칠을 머뭇거리던 목련은 왜 이다지 함께 만발하여 참 아름다운 세상이라 노래하는가? 나는 오늘 아침, 너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애써 펼쳐 보고. 지금은 네가 선물해 준 시계를 내 손목에 차고 나왔구나.


정리되지 않는 감정의 기복. 무어라도 써 보려 하였지만, 더 이상 아무 것도 쓸 수가 없다. 기억은 머리 속에서 흩어지고, 속절 없는 눈물이 합세하여 그것을 도우네. 벌써부터 그리움인가? 아니면 이별이라 써 놓아도 될까?


아서라~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어, 차라리 시를 읽기로 한다. 너는 가는 길에 들을 수 있겠니?

.

.

.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서정주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

* 함께 카페를 디자인 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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