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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Jun 02. 2024

젊은 느티나무

반송 느티나무도서관

   

반송느티나무도서관 / 이종민 그림


동네 뒷산엔 분명 느티나무 몇 그루 자라고 있을테고그 산자락에 도서관이 있으니 이곳은 사시사철 나무와 풀 냄새가 날 것임에 분명하다그리고 시장 바닥으로부터 사람 사는 냄새 또한 스며드니이른바 동네 도서관이다


냄새 하면 생각나는 소설이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나는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고 있었다펑펑 울면서 온 하늘로 퍼져가는 웃음을 웃고 있었다아아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었다.’로 끝이 난다느티나무의 싱싱함을 닮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담았고소설 속 느티나무는 청순함이며 젊음이고 사랑의 상징이다


반송 느티나무도서관은 안팎으로 온통 연두와 초록의 옷을 입고 있는 도서관이다동네의 골목길을 지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이곳이 동네 젊은이가 꿈을 키우는 곳이 되고영유아 아이들을 싱싱한 느티나무로 키우고 있는 젊은 어머니 아버지들의 장소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책가방을 든 학생과퇴근 후의 젊은 남녀장사를 하다가 잠시 짬을 내어보는 상인들돋보기를 낀 노인동네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마을회관 같은 도서관이다애초에 도서관으로 설계되지 않은 작은 건물이지만그 한계를 무릅쓰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색을 더하며 무럭무럭 커 가고 있는 도서관의 생명력아마도 그곳이 생활에서 연장되는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둥근혹은 삼각형의 창을 통하여 시장의 냄새가 스미고두런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들 문제 될 게 없다책의 향기가 그중에 으뜸일 것이며책 읽는 소리가 그 모두를 덮을 테니까


반송느티나무도서관 / 이종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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