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산책
부전도서관
마당의 벤치에 앉았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한다. “이 건물이 우리나라 도서관 건축 중 가장 오래되었다 하네요.”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옛 건축가의 노력과 정성이 보인다. 무척 빼어났던 건축임이 짐작되고, 세월을 잘 견뎌 왔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이곳에 한적한 2층의 도서관과 넓은 마당이 있다는 것에도 놀라게 된다.
건축은 1963년 부산의 건축가 (고)이종수와 (고)류광택이 설계하였다. 루버, 채양등 도서관 특유의 건축언어들이 표현된 아름다운 근대건축이다. 현재 이 건축은 구조안전검사에서 E등급 판정을 받고,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다. 특히 부산시에서 부산진구청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 개발과 보존, 두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땅값이 얼마인데.”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른바 이곳은 다운타운(downtown)이다.
하지만 다운타운의 개념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팬데믹 이후 사람의 생활 패턴이 칩거형으로 바뀌고, AI 등의 기술 혁신은 건축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이즈음에 부전도서관의 개발과 보존 논쟁은 더 깊이 고려되어야 타당하다고 본다.
단기적 경제나 상업지역, 주거지역 하는 낡은 도시계획의 관점이 아니라 건축과 땅의 본연의 가치와 개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운타운 건축의 개념 또한 바뀌어 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도심이라고 하여 대형, 복합, 멀티만이 해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그 장소가 사람들에게 거기에 존재했던 시절의 역사와 현재의 나를 엮어주는 역할을 해 준다면? 그렇다면 공허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찾아가 재충전을 하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새로운 도시 스토리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한 ‘다운타운’의 회복이며 이른바 도시 재생이다. 재생이란 오래된 것들을 먼저 염두에 두는 행위이다. 이곳에 도서관의 존재함은 물론이고, 도서관의 건물과 땅의 보존 또한 마찬가지이다. 상상이나 흔적이 아니라, 실존으로 있을 때 그 가치는 더한다.
고뇌의 길목에 도서관이 서 있다. 때론 당당하게 보이다가, 때론 외롭게 느껴진다. 당과 건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이라 하여 다를 리가 있을까? 더 나은 도시를 향해 가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