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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Jun 10. 2024

문현동 거리를 그릵다


도시를 그린다는 것은 도시를 사랑하는 일이다.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와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노라면, 의외로 새로운 생각들이 생긴다. 때론 그림 그리기를 멈추고, 그것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참 따듯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마침내 그것들이 내 가슴으로 스며드니 어찌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어반스케치를 하는 이유이다.      


얼었던 땅이 풀리고 나무에 새 움이 틀 무렵, 모여서 문현동의 거리를 그리기로 하였다. 그곳은 크고 새로운 것과 작고 오래된 것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매일 아침 높은 건물의 긴 그림자가 새로이 나타나고, 해가 지면 또 사라지는 곳이었다. 우리는 도시의 역사와 삶의 따듯함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짐한다. 도시를 바라볼 때는, 올려다보지 말고, 내려다보자고.     


조심스레 문현동 거리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좁고, 어둡고, 거칠고, 비규칙적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거리. 그럼에도 도시의 속살은 따듯하다. 다시 생각한다. 사람들이 만들어 낼 온기와 향기를 어찌 크고, 높음에 빗댈까? 그렇다면, 그것들을 그려내자. 모두의 눈빛이 반짝인다. 이 좁은 골목들을 내 스케치북에 그려 두리라. 그날, 우리가 그린 풍경을 나열해 본다.      


* 그릵다 / ‘그리다’와 ‘읽다’가 합쳐진 조어. 그리고, 읽다 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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