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소주 한 병에 국밥 한 그릇을 안고, 등을 돌려 앉은 할매국밥집. 오늘 따라 할매마저 입을 다문 채, 방송국 아나운서 소리만 휑한 공간을 떠돈다. 간간히 소줏잔이 탁자와 부딪히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지만, 다시 고개를 떨구는 모두. 빈잔을 다시 채운다. 술병이 반쯤 비었다는 것은, 귀가의 순간이 가까워진 것이 아니다. 모두 시간이 정지된 세상을 갈망하는 것은 아닌지? 시간, 어쩌면 그것이 이 우울의 단초였을지 모른다. 그리하여 시간이 정지된 듯한 이 오래된 식당에 서로 등 돌리고 앉았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