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하여 늘 생각했듯이, 이 꽃 또한 저 멀리 어느 별에서 온 것임에 틀림없다. 양귀비 별. 그 선홍색 별은 한없이 여리고 완벽한 모양을 한 별일테다. 꽃을 보러 간 그날 하필이면 비가 내렸다. 얼른 스케치북을 꺼낸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습기에 젖은 붉은 양귀비꽃 바라본다. 오래된 일. 물기에 젖은 어느 여인의 머리카락 촉감. 색이 물에 핏물처럼 풀어지고, 나는 오래된 기억 속의 별로 향한다.
건축가 / 화가 /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