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다시 그림자

by 이종민


부겐베리아 꽃이 흐드러진 폐가. 붉은색과 초록이 폐가의 벽에서 반짝인다. 빛은 사물의 존재를 백일하에 드러낸다. 하지만, 기실 그 사물의 형체를 증명하는 것은 빛이 만들어 낸 그림자이다. 그림에서 그것은, 때론 은은하게, 때론 깊게. 하지만, 늘 최종적으로 사물의 존재에 관여한다.


사람. 사람에겐 주변이란 말이 따라다닌다. 그것은 어쩌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지도 모른다. 얕다거나 깊다거나, 하는 관찰자의 수사와 함께.


빛과 그림자의 진실. 내가 둔하여 늦게 알아냈을 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확고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 빛과 그림자. 그 모두가 흐미해지면 나의 존재도 사라지겠지. 무서운 일이지만,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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