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야생고양이 숫자가 확연히 줄었다는 것 뿐만이 아니다. 자세히 살피면, 전깃줄이 끊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간간이 들려오는 핸드폰 벨 소리가 생경하기까지 하다. 골목 저편을 향하여 더 걸을까? 이쯤에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수시로 교차되고. 잠시 멈추어 서면. 그럼에도 빛이 만들어 내는 폐가의 그림자는 선명하고, 얼마전까지 연두빛이던 이파리는 앞다투어 초록을 향해 달린다. 다만 사람이 사라졌을 뿐이다. 교회 십자가 우뚝하건만, 하나님께서도 벌써 발길을 끊으셨겠지? 문득 생각하였다. 욕망이란 명제 앞에 사람, 하느님, 고양이 순으로 무릎을 꿇었고. 나무, 색, 그림자, 빛 순으로 그 헛됨을 이기는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