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광안리의 끝이고. 저 너머는 남천동, 우리집에 구전되는 말로는 ‘남칭이‘란 곳이다. 이곳과 저곳은 그 옛날부터 넓은 모래 호반의 양쪽 끝이었을게다. 도시의 인공조형물들 속에서, 그나마 불그스레한 바닷속 바위의 흔적이 아직 이쪽에 남아있으니. 나는 옛 기록과 구전된 말 따위를 겨우 유추해 보는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어장을 하시던 내 할아버지의 배가 가끔 이 호안에 왔었단다. 꽤 긴 항로였을 터이다. 그물질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우리 집의 전설이다.
몇해전 나는 이쪽의 작은 바위 사이를 유유히 유영하는 큰 물고기를 본 적이 있고, 그것들을 노리는 왜가리는 지금도 가끔 출몰한다는 것을 안다. 그때마다 나는 시간의 경계를 풀어 해치고, 물에 어른거리는 할아버지의 완고한 얼굴을 맞대하게 된다. “잘 있나?” “예. 잘 있습니다.”
오래전에 찍어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 아~ 나는 실체를 그리려는 건가? 그것이 아닌 시간의 아득함을 만나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