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일상 탈출의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소란과 적요, 빛과 어둠, 따듯함과 서늘함의 변화. 대상과의 거리감 상실과 위치 정보의 일시적 망각과 같은 소소한 변화가 온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일상 탈출. 가장 단순한 방법은 공간에 기꺼이 갇히는 것이다. 다락방에서부터 극장에 이르기 까지. 그건 꽤 즐길만 한 것이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공간에 갇힘으로서 새로이 경험하는 공간감의 자유. 계속 거기에 있고 싶다든지? 오히려 그러한 좁은 공간에서 나올 때의 갑갑함이라든지?
텅빈 무대. 그날, 그 적요의 안온함에 젖어 한참 머물렀다. 나오기 싫었다는 말이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탓인지? 좀체 개선되지 않는 삶의 질 탓인지? 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권태인지? 모를 일이다. / 기장군 장안읍 안데르센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