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낙엽이 많은 북미, 캐나다에서 주로 쓴다는 말 Fall(가을)의 어원이 ‘떨어진다.‘에 있음을 실감한다. 사각사각 밟히는 거무데데한 이파리를 지나면서 공연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하르르 내 얼굴로 떨어지는 이파리 몇 개. 아~ 나무는 결국 저 많은 잎을 다 떨구어 버리고 말겠지? 모든 마지막이 그러한데, 느티나무와 벚나무의 계절맞이는 더욱 처연하다. 빨갛고 노랗게 마지막을 불태우지도 못하고 물러나는 나무의 모습. 나는 좀체 고개를 내리지 못한다. 문득 연두빛 새순과 눈보다 하늘을 다 덮었던 꽃의 시절과 거침이 없었던 진초록이 도발하던 시간을 생각했던 것이다. / 해운대 좌동 PM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