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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Sep 13. 2021

노트르담

도시와 건축을 말하다


그림 / 이종민



더러는 꾸짖을 지도 모르겠다. 감상이기 보다는 기록이라 하는 편이 옳겠다. 딴에는 이 참혹한 광경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이 무척 아리고 부담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보시는 분이 아량을 베풀어 1835년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가 영국국회의사당 화재를 그린 심정이라 이해해 주시면 더욱 고맙겠다.


사무실의 내 책상 맞은편 벽에는 ‘쾰른대성당’의 뒷면을 그린 커다란 펜화가 걸려있다. 그러니 나는 매일 그 그림에 먼저 인사부터 하고 자리에 앉는 셈이다. 감탄하는 것은 성당의 규모나 구조 형식 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돋보기를 대고 살펴야 하는 디테일의 섬세함이다. 그때마다 요즈음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불가능 하다고 혀를 내두르며 돌아서 버리는 것이다.


고딕 복고와 기능주의 건축을 동시에 주장한 불멸의 대가 ‘비올레 레 뒤크’가 ‘노트르담 성당’ 건물의 보수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글을 읽은 것이 공교롭게도 화재가 나기 며칠 전이었다. 기회로 나는 책으로나마 불나기 전 건물의 디테일들을 잠시 살핀 것이다. 그리고 건축의 발전에 대하여 회의하였다. 현대건축이 발전, 즉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가? 생각해보니 과거의 것들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심정이 늘 그랬다. 특히 두 성당의 경우와 같이 정성스런 사람들의 손으로 이루어 놓은 것들의 정교함과 불가해함에 맞서야 할 때에는.


나는 비운의 노트르담 성당이 이번의 역경을 딛고 또 일어서길 바란다. 170여 년 전 ‘비올레 레 뒤크’같은 불멸의 장인이 다시 등장하여 원형 그대로 보수해 주기를 손 모아 비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건축은 천연덕스럽게 우리 앞에 그전처럼 서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불멸의 사람들이 남긴 건축이란 현물은, 이루려던 당대 정신의 고귀함을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어긋진 마음을 늘 근본으로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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