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5. 01
어렴풋 갈래 길이 보이던 곳을 오늘은 내려가 보기로 하였다. 길이 끊기면 다시 올라와야 할 상황. 한참을 내려 가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지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진다. 마치 영화 속의 동막골처럼 딴 세상이다. 정리된 과수 나무들과 채소밭, 연잎으로 덮힌 습지, 그리고 얼기설기 오두막. 사람의 눈을 피한 도둑 경작의 흔적이다. 매일 산책을 하면서도 등잔 밑이 어두웠다.
내가 산책길을 얕잡아 본 걸까? 아무리 작아도 숲은 숲이고, 예측불능이며 단순하지 않다. 데이비드 소로우, 그의 책을 다시 펼쳐야 겠다.
그리고 두 개의 길에서 망설인 로버트 프루스트의 시를 떠올렸던 것이다. 삶은 발견과 선택의 접점에 있는가? 새로운 길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새로운 세계가 나타나고, 거기로부터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되돌아 올 걱정일랑 하지 말 것. 길은 늘 새로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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