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9. 17
“이녁. 배는요?”
“저 위에 올려 놓았네.”
두 노인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
지난 태풍 힌남로의 흔적이 심각하다.
또 바람이 온단다.
“저 앞집은 매미 때도 그랬는데, 큰 일이네. 내일 모래는 어쩌려나…”
“그나저나 당하는 사람만 억울해.”
“복구비? 흥!”
“10만원 내려 온다면, 내 손에 1000원이라도 떨어지려나? 중간에 다 새고…”
대명천지에 그럴 리가 있겠냐마는.
이야기는 갈수록 거칠어 진다.
燭淚落時民淚落(촉루락시민루락)
뜬금없이 옛 고전이 떠오르다니.
민심이 흉흉해진 것이다.
아~
뱃살 두께를 좀 줄여보겠다던 나의 아침 산책이 머쓱해지고.
배를 향해 숙인 눈이 오히려 초라하다
고개 들어 바다를 본다.
“바람아! 이번엔 제발 멀리 가거라.”
나도 몰래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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