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쇼핑몰에서 명분도 없이
풍선을 사달라고 한다.
누군가 헬륨풍선은 이쁜 쓰레기라고 하던데
정말 살때만 즐겁고 집에 오는 순간 찬밥 신세로 돌변하는 물건이라 어릴때 몇 번 사주고 사주지
않는 물건 중 하나인 풍선...
돈이 없다.솜사탕을 먹었으니 안 된다.
사 줄 맘이 없다. 갖은 핑계를 대며 말해도
아이는 풍선을 사달라고 한다.
풍선 사면 돈이 없어 집까지 걸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풍선을 사고 걷겠다는 딸
순간..어미의 머릿속엔
'그래 니가 한 말의 무게를 느껴봐!
그럼 앞으로 말을 쉽게 내뱉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풍선 구매 후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엄마의 예상 시나리오는 두어정거장을
걸은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징징거릴때
(집까지 7정거장인 거리임 )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약속은 지키는 거라고 갖은 잔소리와 이야기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거였다.
하지만...
아이는 묵묵히 풍선을 들고 걷고 걷고
또 걷다 힘들면 노래도 하고 농담도 하며
길을 걷는다.
힘드냐고 물어도 웃으며 괜찮다고 하며
장장 어른 걸음으로 만보가 넘는 거리를 걸어
집에 도착했다.
(중간에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 상황 설명 후
내 배에서 독한년 하나가 나왔다고 내가 힘들어 버스를 타고 싶다고 징징거림..)
그리고 다음 날 몸살이 난 아이를 간호하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사실 다리가 조금 아팠는데 내가 한
약속이라 지키고 걸었어~잘했지?포지하지 않고 끝까지 걸은거!그래서 풍선도 생기고 좋네~"
이 날 걸은 나의 걸음 수
아이는 보폭이 좁아 나보다 더 많은 걸음을 걸었을거다.
아이고...
미련한건지 독한건지..모르겠지만 이 성격대로만 자라면 어디가든 잘 살겠다 싶은 맘과
저리 독하고 융통성 없어 미움받음 어쩌나
하는 엄마의 마음....
엄마는 이래도 저래도 너에게 걱정 투성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