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펀펀뻔뻔맘 Nov 01. 2017

다섯살 너를 보고 그리고 쓰다 12

아이가 쇼핑몰에서 명분도 없이

풍선을 사달라고 한다.

누군가 헬륨풍선은 이쁜 쓰레기라고 하던데

정말 살때만 즐겁고 집에 오는 순간 찬밥 신세로 돌변하는 물건이라 어릴때 몇 번 사주고 사주지

않는 물건 중 하나인 풍선...


돈이 없다.솜사탕을 먹었으니 안 된다.

사 줄 맘이 없다.  갖은 핑계를 대며 말해도

아이는 풍선을 사달라고 한다.

풍선 사면 돈이 없어 집까지 걸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풍선을 사고 걷겠다는 딸

순간..어미의 머릿속엔

'그래 니가 한 말의 무게를 느껴봐!

그럼 앞으로 말을 쉽게 내뱉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풍선 구매 후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엄마의 예상 시나리오는 두어정거장을

걸은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징징거릴때

(집까지 7정거장인 거리임 )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약속은 지키는 거라고 갖은 잔소리와 이야기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거였다.

하지만...

아이는 묵묵히 풍선을 들고 걷고 걷고

또 걷다 힘들면 노래도 하고 농담도 하며

길을 걷는다.

힘드냐고 물어도 웃으며 괜찮다고 하며

장장 어른 걸음으로 만보가 넘는 거리를 걸어

집에 도착했다.

(중간에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 상황 설명 후

내 배에서 독한년 하나가 나왔다고 내가 힘들어 버스를 타고 싶다고 징징거림..)

그리고 다음 날 몸살이 난 아이를 간호하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사실 다리가 조금 아팠는데 내가 한

약속이라 지키고 걸었어~잘했지?포지하지 않고 끝까지 걸은거!그래서 풍선도 생기고 좋네~"

이 날 걸은 나의 걸음 수

 아이는 보폭이 좁아 나보다 더 많은 걸음을 걸었을거다.


아이고...

미련한건지 독한건지..모르겠지만 이 성격대로만 자라면 어디가든 잘 살겠다 싶은 맘과

저리 독하고 융통성 없어 미움받음 어쩌나

하는 엄마의 마음....

엄마는 이래도 저래도 너에게 걱정 투성이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섯살..너를 보고 그리고 쓰다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