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미술의 현재
<미술시장에서 부자들의 마지막 놀이터로 불리는 상위 0.001%의 메이저 화랑과 그 동선에 있는 작가, 컬렉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그 외에 군소화랑과 일반 대중을 위한 부분과 특히 지역 미술시장을 말하고자 한다.>
어느 날, 이삿짐이 빠져나간 빈집 앞에 그림 액자 하나가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다.
그 안에는 작가의 시간과 열정, 그리고 이름 모를 꿈이 담겨 있었지만, 그림은 화랑에서도 고물상에서도 외면당한 채 쓰레기처럼 내팽개쳐졌다.
이 장면은 단지 한 점의 그림이 버려진 사건이 아니다.
지역 미술시장이 처한 현실을 상징하는, 조용하지만 뼈아픈 비명이다.
많은 이들이 묻는다.
“왜 미술작품이 팔리지 않을까?”
경제가 어려워서, 작품 수준이 낮아서, 대중의 관심이 없어서…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보다 더 구조적이고, 더 뿌리 깊다.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보자면, 오늘날 미술시장은 ‘가치’보다 ‘가격’이 먼저다.
예술성보다 환금성이 우선이고, 작품성보다 자본이 기준이 된다.
비싸야 주목받고, 팔리지 않으면 존재조차 부정당한다.
작품이 천만 원에 팔릴 때는 예술이지만,
되팔 때 백만 원도 안 되는 순간, 그 예술은 ‘짐’이 된다.
이처럼 환금성 없는 미술품 유통 구조는
작가의 자존심을 꺾고,
컬렉터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갤러리의 존재 이유를 흐리게 만든다.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사라지고,
거품과 덤핑, 불공정 거래만이 남았다.
지역미술 시장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붕괴되고 있다.
그 원인은 단순히 외부 환경에 있지 않다. 지역 은 지금, 작가, 화랑, 컬렉터가 적게는 수백점에서 수천점의 작품을 수장고에 쌓아둔채 순환이 되지 않는 동맥경화에 걸려있다.
작가도, 갤러리스트도, 유통업자도
모두가 이 구조를 방관하거나 이용해왔다.
하지만 해답은 멀지 않다.
첫째, 작품에 환금성을 부여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예술은 팔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 예술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예술이 다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시장도, 사람도, 시스템도
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