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계속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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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술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공간을 통해 시간을 기억한다."
— 미셸 푸코
불과 몇십 년 전, 우리는 선진국의 수세식 화장실을 동경했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이제 희미해졌지만,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은 여전히 누군가의 꿈이자 목표입니다. 문화적 수준과 생활의 질이 함께 진화해온 이 놀라운 여정 속에서, 우리는 그 변화의 감각을 무디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2013년, 담양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곳은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산 가치도, 문화적 풍경도 소박했습니다.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프로방스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관광은 한때의 열풍이었지만, 그 인기는 빠르게 식어갔고, 공동화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며 선진국의 문턱을 넘던 시기, 신산업 개발과 관광의 본질도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었습니다.
그때 담양은 방향을 틀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문화예술 관광 산업. 한동안 오버투어리즘을 고민할 정도의 관광객과 도시의 생기가 활발해 졌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눈높이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의 깊이를 우리는 충분히 체감하고 있을까요?
얼마 전, 담빛예술창고를 다시 찾았습니다. 전시장은 고요했고, 카페엔 단 한 테이블의 손님 뿐. 뒷편의 눈오면 고즈넉한 대나무밭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황량하고 십년 전의 시간이 오래임에도 변화없이, 공간은 정체된 채 시간만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문화 공간은 고정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공간은 결국 공동화되고, 잊혀집니다.
"예술은 반복이 아니라 반응이다."
— 테오도르 아도르노
현대인의 문화적 기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수많은 미디어와 여행 경험으로 눈높이는 높아졌고, 문화 공간은 그 기대에 부응해야만 존재의 이유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전시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시대의 감각을 읽어내는 기획자의 통찰이며,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지자체라 할지라도, 수도권 못지않은 수준의 문화적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대도시의 생활인구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문화는 숨 쉬어야 하고, 자극을 주어야 하며, 끊임없이 변화해야 합니다.
"기억되지 못한 전시는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기획은 단순히 전시 내용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예산 확보와 디스플레이, 홍보 마케팅, 그리고 명확한 목적과 명분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록되지 못한 전시는 무의미하며, 변화 없는 공간은 결국 잊히게 됩니다.
이제는 문화가 도시의 브랜드가 되는 시대. 담양이 걸어온 길처럼, 우리 모두의 문화가 끊임없이 숨 쉬고, 변화하며, 사람들의 감각을 일깨우는 존재로 거듭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