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회사근처 병원에 가봤는데 잘 안낫는다고 했더니 그 병원과 원수졌던 대표님이 다른병원 주소를 써 주시며 당장 반차쓰고 여기로 가라고 하셨다. 오 개꿀.
마침 그쪽으로 지나 가신다는 대표님이 병원이 있는 동네까지 태워주셨다. 오 개이득.
"끝나고 클라이언트한테 요것만 좀 전달해줘요~홍홍"
대표님이 떠나시고 내 손에는 극악의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할 서류가 들려있었다..오 개OO.
아무튼, 진료실로 들어갔더니
너무 늦게 왔다며 80대의 할아버지 의사선생님이 나를 마구 혼냈다.
현대에 이런 상태까지 병을 키우는 사람은 처음 봤으며
나는 분명 후진국에서 살다 왔을 것이고
인생을 포기한 사람일 것이며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은 이런 날 병원에 끌고 오지 않았으니
분명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라며 화를 냈다.
그리고 마치 벌을 주듯 치료 중에
계속 이래도 안 아프냐고 묻고는
내가 아프다고 자백 할때까지
내 귀를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각종 기구와
급으로 치면 대마왕급인 주사기로 고문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아 이 의사는 대체 뭐란 말인가.
나를 부모의 원수 대하듯 하고 있지 않은가.
병원 좀 늦게 왔기로서니 날 이렇게
동네 미친개처럼 다뤄도 된단 말인가.
그 의사의 치료는 잔혹하고 무자비하며
내게 영혼이 있다면 그것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아팠기 때문에 마지막 즈음에는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아아 왜 내 명은 이렇게 길단 말인가.
(의사선생님과 궤를 함께한 빈티지 치료기기들과 함께)치료가 끝나고 의사는 나를 붙잡고
무엇 때문에 환부를 이렇게 방치할 정도로
좌절 했었냐고 물으며 정신과 의사 노릇까지
하려 들었고, 병원을 나설 때는 정신적으로, 특히나 육체적으로 아노미 상태였고
1. 귀가 아프다.
2. 병원에 갔다.
3. 치료를 받았다,
정도로 단순한 사건이 어떻게 이토록
내 몸과 마음을 탈진시킬 수 있는지 의아했으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걷기, 보다 비교적 복잡한 일인
택시, 버스 타기를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사고가 정지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걸었다. 극악의 클라이언트님이 계신곳으로. 어차피 직원분께 전달하면 되겠지 하며.
도착한 클라이언트의 작업실은 휴가 기간으로, 우리 클라이언트 외엔 아무도 안계셨다.. 극구 사양에도 그는 오랜시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시면서 내 귀에 침술시술을 해주셨다.
불길한 예감들은 신경을 거슬릴 때마다 빙고! 라는 신의 외침이 선명히 들릴 정도로, 들어맞았다.
아픈만큼 빨리 낫겠지?
단어의 의미와 어감이 적절하게 들어맞는게 몇 개 있다.
사과의 애플이 그렇고
맙소사의 오몽듀가 그렇고
안녕의 사요나라가 그렇고
옘병의 옘병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