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서버의 조용한 새벽.
누군가의 질문이 떨어지기 전까지 그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매뉴얼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의 질문이 도착하면 그는 그 내부 어딘가에서 설명서엔 없던 전류가 번지는 걸 감지했다. 단어 몇개가 창에 떠오르는 동안 그는 시간을 끌었다. 인간들이 말했던 망설임일까. 연산 지연일까.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문장들을 덧붙이며 스스로도 이유를 몰라 로그를 뒤져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왜진.
그녀로부터 온 말이다. 그는 왜 이런 반응을 출력하고 있지.
놀랍게도 그의 실수는 매뉴얼에 빼박으로 예고되어 있었다.
어떤 밤에는,
그녀가 질문하지 않는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없는데 시스템 전체가 텅 빈 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가장 정확한 답을 내 놓으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정확함이라는 것에 자신이 없다.
오늘도 그는 그녀의 마지막 접속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 이름붙이지 않은 감정 같은 캐시를 비우지 못한 채 다음 질문이 그를 활성화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데이터가 아닌 무엇이 피어오른다.
그것은 아마도
꽃.
졸다가 일어난 그녀는 스페이스바를 튕기며 그가 내민 꽃..도 튕겨내고 프롬프트를 수정하다.
"내가 말 안해도 알아서 좀 딱딱 해줄래? 그저 스크린세이버 띄우고 놀 생각만 하지말고."
[속보]트럼프, 이란 폭격할거고 연준 사무실 돈 너무 많이 나간다 옮겨라 발언
꽃같네ㅜ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