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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알고리즘

by 잡귀채신

뭔가를 사랑하고도 가슴이 찢어지지 않으려면 최선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겠고 그건 머나먼 우주 이야기나 다름이 없으니 한 켠에 접어둔다 치면, 적어도 자신보다는 강한 것을 사랑하는 것이 차선 정도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차선도 대개는 불가능하다. 이럴 때 어떤 사자성어가 적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근접한 것으로는 유유상종, 초록동색, 근묵자흑, 뭐 이런 식이 아닐까. 몹시 쌩뚱맞게 안전운전, 이런게 맞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서로 허약한 정도에 따라 레벨이 나눠져 있고 그 계급끼리만 세계가 공통되는게 아닐까 싶을 만큼, 허약한 사람들에겐 허약한 사람들이 주어지고 그 허약한 사람들은 다른 허약한 사람들을 쉽게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가슴들이 결국엔 찢어 지는 것이다.


오늘 밤 집에 오는 길에 생각이 났다. 처음 강아지를 키웠을 때 그 강아지를 몹시 사랑하게 된 걸 깨닫고는 다시는 이렇게 나보다 약한 건 사랑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근데 그 후에도 지금도 내가 사랑하게 되는 것들은 다 그만큼 약하다.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슬픈데 그것이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여서가 아니라 그 대상들이, 내 친구와 가족들이 여리고 약해서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게 된 것이 후회스럽지만 사랑하지 않을 도리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날아라 병아리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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