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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호형 증후군

by 잡귀채신

홍길동은 사정이 있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 그렇다고해서 "저기요 홍상직씨!"라고 부르지도 못했을것이다. 부르지마라는 뜻은 관계를 끊어내자는 얘기이므로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들판으로 나가아 살던지 죽던지 해야했다.


가끔 보면, 홍길동만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좋은걸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 자들을 만나게된다. 평소 같잖게 보던 회사 동료가 어느날 기똥찬 아이디어를 가져왔는데 함부로 좋다고 말 못하는 자들. 안간힘을 쓰며 탈탈 털어 단점을 찾아내 안좋아해보려 애를 쓴다. 그 꼴을 보고있으면 내 배알이 꼬이는것 같아서 나는 일부러 더 난리난리 법석을 떤다. 과유불급이라고, 나름 신경써서 그라데이션으로 칭찬을 아주 정성 가득 해준다. (덕분에 업무도 추가되기도 한다 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뉴욕대 영화과 입학 이틀만에 자퇴를 했는데 터미네이터를 좋아한다고 할꺼면 강의실 밖으로 나가라는 교수님 엄명이 있었기때문이라고한다. 터미네이터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학교는 과감히 때려치웠다. 잘했다. 나이스.


누가 그러던데 좋은걸 좋다고 표현하지 못하면 신경물질 퇴화로 감정불구가 되고 만다고했다. 표현하지 못하면 들판으로 가서 호랑이 밥이 되는 셈.


아버지는 그냥 단순하게 아버지라고 부르게하고

괜찮은 아이디어도 당연하게 어 괜찮다고

시원하게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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