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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도구 리더십

팀장은 팀원의 도구다. 팀원은 팀장의 도구가 아니다.

by jabez

멘토 교육을 받을 때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다.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있나요?"


무슨 도구를 말하는 거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묻는 말이었다. 나의 경우,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게 없는 지식이 있거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보통은 내 상위 조직장이 여기에 해당했고 나는 그들을 내 '도구'로 활용했다.


팀장의 역할


내가 생각하는 팀장의 역할은 팀원들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팀원들이 더 효율적이고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팀장이 가진 지식과 권한, 경험 등 모든 자원를 활용해 지원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은 여럿이고 도구는 나 하나다. 팀장이 도구로서 기능할 때 조직은 활기를 띠고 팀원은 성장한다. 도구는 요구하지 않는다. 도구는 활용되지 못해도 말이 없다. 아쉬워하거나 섭섭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쓰이지 못한 이유를 생각한다.


뒤바뀐 도구


반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관리자들이 있다. 팀원이 팀장의 도구라고 여기는 사람들. 그들은 팀원을 도구처럼 가져다 쓴다.


이 상황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팀장 하나이고 도구는 여럿이다. 도구로 취급받는 팀원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의욕을 잃는다. 자신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서 창의성이 사라진다. 조직은 더욱 수직적이 된다. 소통은 일방향이고 팀 분위기는 경직된다. 팀원들은 단지 일을 처리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각자의 잠재력은 발휘되지 못한다.


도구 관리자


팀장보다 상위 레벨의 조직장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의사결정이라는 더 중요한 역할이 요구된다.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설정하는 책임이 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적용방식이 달라질 뿐 도구가 되는 자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의사결정과 방향 설정이라는 고유 책임을 수행하면서도 중간 관리자들에게 그들이 팀원들의 도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종의 '도구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상위 관리자일수록 직접적인 실행보다 시스템과 문화를 통한 간접적 지원이 더 중요해진다.


내 경험상 조직원들을 도구로 생각하는 리더는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도구가 되고자 노력한 리더는 더 많은 존경을 받았고, 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팀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더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도구가 되려면


도구가 되는 팀장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생각해보자.


1. 장애물 제거하기

팀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제거한다. 팀원이 다른 부서와의 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팀장이 직접 관련 부서장과 소통하여 프로세스를 개선한 사례가 있었다. 그 결과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


2. 자원 연결하기

팀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 사람, 예산을 연결한다. 팀원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예산을 확보해주면 팀원이 오너십을 갖고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다. 팀원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그 성과는 팀 자체에 돌아간다.


3. 의사결정 지원하기

팀원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원한다. 팀장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함께 검토하는 역할로 충분하다. 최종 결정은 팀원에게 맡겨야 그 업무 경험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할 수 있다.


4. 성장 돕기

팀원의 역량 개발과 경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가끔은 팀장이 참석해야 할 중요한 회의에 팀원을 대신 보내 보자. 팀원은 경험을 쌓고, 이후 더 큰 책임을 맡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5. 피드백 주고받기

건설적인 피드백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돕는다. "도구로서 팀장이 어떻게 더 도와주길 바라나요?"라고 팀원들에게 물어라. 팀원은 팀장의 지원을 얻고 팀장은 도구로서의 리더십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도구로서 활용되기 바라는 팀장의 생각을 되도록 자주 전달하라. 팀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건강한 조직 문화가 형성된다.


6. 신뢰와 자율성 부여하기

팀원에게 충분한 신뢰와 자율성을 부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택근무 체제에서도 팀원들을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라. 전적으로 신뢰하면 오너십이 부여되고 생산성이 향상된다.



도전과 균형


팀장이 도구가 된다는 것은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때로는 팀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도구가 되는 것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팀장은 가이드다.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팀의 목표와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프로젝트에서 팀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다가도 전체적인 방향이 흔들렸을 때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하여 프로젝트를 정상궤도로 되돌리는 균형이 필요하다. 그 전까지는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도구를 쓰지 말고, 도구가 되자


도구가 되는 리더십의 역설은 자신을 내려놓을수록 팀의 성과와 영향력이 오히려 커진다는 점이다. 리더십은 자신의 존재감이 아닌 팀원들이 이룬 성과와 성장에서 측정된다.


팀장의 가치는 팀원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빛나느냐에 달려있다. 좋은 팀장은 팀원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만든다. 그리고 그 무대 뒤에서 팀원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가 된다.


"도구를 쓰지 말고, 도구가 되자."


이 문장은 단순한 구호는 아니다. 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철학이다. 도구를 쓰지 말고, 도구가 되자. 그래야 팀장도 지치지 않고, 팀원은 의욕을 잃지 않는다. 팀이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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