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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Nov 23. 2021

그곳이 결국 이곳인지도 모른 채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바람이 춤을 춘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물이 춤을 춘다는 말은 못 들어봤겠지. 길만 따라 걸어가면 결국 국경이 나오고, 입소문을 따라 국경을 넘으면 어제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겠지. 지나간 것들은 왜 온통 거짓말이 되는 걸까. 나보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그 말을 믿었다가는 모두 굶어 죽을 것 같아 아이들은 하나둘씩 발자국을 사러 나갔지. 거짓말은 점점 자라나고, 기필코 자라나지 않는 그리움만이 다시 국경을 넘어 와 족적을 남겼지. 돌아온 아이들은 하나같이 춤의 옷자락을 붙들고, 물과 춤을 춰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지. 그때는 왜 그렇게도 그 말이 멋있는지, 그제야 사람들은 물도 춤을 춘다는 말을 믿게 되었지. 그게 무늬의 시작이었어. 비로 태어났다고 모두 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물론 꽃이 되는 것도 아니지. 몸부림이라도 춰보라는 듯 진실은 늘 바늘구멍 같았지. 아이들은 죽기 살기로 일기장에 오늘의 날씨를 적어댔지. 혹시 일기를 쓸 때 왜 오늘의 날씨가 중요한지 아니? 오늘을 제대로 살려면 날씨의 눈치를 봐야 하거든. 날씨는 족적을 남기지 않고, 그 많던 춤도 빗물에 젖어 흘러가 버리지. 저 국경을 넘으면 그곳이 결국 이곳인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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