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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Dec 04. 2021

'아비바'라는 이름처럼 또다시 봄날은 오겠지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2021년 12월 02일에는 '스위스'에 가고 싶었다. '아비바(Aviva)'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를 수소문해 마테호른의 풍경에 홀리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예술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레만 호수 주변 몽트뢰에 머물며,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이 담긴 '퀸(Queen)'의 음악을 반복하여 듣고 싶었다. 어느 쪽에서 들여다보아도 삶과 죽음이 같은 풍경. 헤밍웨이와 장 자크 루소, 바이런이 거닐었던 포도밭 주변에서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나인 척 뒤돌아보고 싶었다. 가장 바보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은 하수상. 거꾸로 읽어도, 바로 읽어도 같은 감정이 되어버리는 ‘회문(回文)’ 같은 날들이다. 모든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처럼, 오늘만큼은 '이별'이라 쓰고 '여정'이라고 읽자.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도, 호주머니를 뒤집어 들여다보면 모두 거기서 거기인 세상. 결국 '나와 나'의 팰린드롬(Palindrome).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고, 헤어질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는 법. 스위스에 가지 않아도 스위스는 그곳에 있다. 이쯤에서 영화 <펠린드롬스>(Palindromes)의 대사 한마디. “인간들은 안 변해.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몸무게가 변하고, 얼굴이 변하고, 뭐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진짜로는 안 변해. 전혀.” 매일을 반복하지만, 변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히브리어 아비바라는 이름처럼 또다시 새로운 봄날은 온다. 비록 '20211202'라는 숫자는 다시 반복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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