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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Dec 03. 2021

울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그림자를 본다. 햇볕이 아닌 저녁 불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스위치를 끄면 생일처럼 사라지는 그림자. 내가 그린 왼손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자. 나보다는 한 뼘 더 큰 키를 가지고 있어서 조금 더 슬픈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 그림자. 키가 큰 사람일수록 눈물이 많은 법이지. 그 반대일 수도 있고. 하지만 슬픈 다음에야 사랑과 자유가 스민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저녁이야. 언젠가 강가의 삐삐 꽃이 내게 가르쳐 주었지. 삐삐 꽃은 그림자도 없이 바람에 흘러가고, 바람이 지운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무릎을 감싸 안고 울었어. 지금부터라도 삐삐 꽃처럼 우는 법을 배워야지. 그림자는 대신 울어주지 않거든. 구름이 먹먹 소리 내 울먹일 때마다 울음을 참고 흔들리는 법을 터득해야지. 소리 없이 우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지. 철봉에 매달린 아이처럼 눈물을 얼굴에 붙들고 서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를 기다려, 긴 그림자를 붙들고 울음을 터트려야지. 울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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