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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Jan 11. 2022

손톱자국을 몸 밖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강릉 여행길에 산 손톱깎이를 자주 사용한다. 귀엽기도 하고 앙증맞게 보이는 캐릭터 때문. 어떻게든 그 귀염귀염 한 손톱깎이와 자주 만나고 싶어, 나는 이자처럼 잘 자라지 않는 손톱을 자주 들여다본다. 며칠 전까지는 손톱이 너무 빨리 자란다고 애써 투정을 부렸다면, 요 며칠은 손톱이 너무 더디게 자라는 것 같아 혼자 툴툴거린다. 손톱은 슬플 때 잘 자란다는 중국의 속담처럼 일일 드라마를 보며 눈물이라도 질질 짜내볼까. 아니면 가시넝쿨 가득한 정원에 들어 손가락 어디쯤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가시라도 들여 볼까. 손톱깎이로 몸에 든 가시를 빼내는 맛도 나름 괜찮겠다 싶다가도, 금세 슴슴한 생각에 이건 아니다 싶어진다. 그 변덕에 다시 작은 손톱깎이를 바라보며 잔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본다. 손톱깎이는 손톱을 깎지 못할 때 제 기능을 다 하는구나 싶어진다. 내 손톱은 하루에 0.1m씩만 자라고 손톱 깎는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어림잡아 열흘은 더 기다려야 할 텐데, 이를 어쩌지? 그 순간 누군가 지렛대를 들고 와 내 마음에 박혀있는 손톱자국을 자꾸 몸 밖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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