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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Feb 03. 2022

총을 맞은 것처럼 아팠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꿈에서 총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총으로 나를 겨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왔다. 죽어가는 나를 향해 다시 총을 겨눈 사람이 있었고, 총에 맞은 상처를 수건으로 지혈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모두 적이었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꿈속에서도 몇 날 며칠이 갔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상처를 감았던 붕대를 풀자, 새살이 돋아 있었다. 간호사 몇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나는 나에게 총을 쏜 적들에게, 내 상처를 치료해 준 적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네자,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인사를 마치고 뒤돌아서자, 누군가가 나를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은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가만 바라보니,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나도 마음 급하게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 사람의 간절한 눈빛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눈물이 났다. 어떤 맑은 개울가 앞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씻어주었다. 꿈이었지만, 다시 총을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래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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