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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Jan 10. 2022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구름을 구독한 지 일 년이 되었다. 요즘 말로 하면 구름 구독자 혹은 구름 멍을 즐기는 사람쯤 되려나. 어찌 됐든 그날 하루 내 기분을 좋게 하는 구름을 만나면, 그에 맞는 구독 비용을 따로 적립하곤 한다. 누구에게? 다른 이에게 커피 한 잔 살 만큼의 금액을 내 스스로 지불해 놓는다. 일정 금액이 차오르면, 그 돈으로 진짜 구름의 주인들을 찾아 커피 한 잔을 되돌려준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자신이 구름의 경영자인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생커피콩 같은 웃음을 로스팅 한다. 그때마다 나는 진짜 구름의 주인이 건네는 감미로운 커피 향을 느끼거나, 때론 신맛과 쓴맛을 오가는 그들의 구름에 관한 경영철학을 배운다. 그리고 거품 가득한 카푸치노나 휘핑크림이 얹어진 카페모카는 분명 그들의 발명품이거나 구름의 작품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나는 살면서 이러한 상상이 주는 위로의 힘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휘핑크림을 인중에 콧수염처럼 얹고 구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쉿, 그러니 어느 날 문득 누군가 나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넨다면 모르는 척하시라. 그것은 구름이 쏘는 커피. 당신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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