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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Jan 09. 2022

물 속은 언제나 울기 좋은 장소이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물속은 언제나 울기 좋은 장소이다. 내가 어릴 적 깨복쟁이 친구들과 함께 자주 수영을 하러 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속에 있으면 유독 마음이 편했다. 울어도 표가 나질 않았다. 나는 섬진강이 발원하는 상류 쪽 마을 근처에 살았는데, 수영을 할 때마다 강물은 내 몸속으로 울먹울먹 흘러들곤 하였다. 그러니까 내게 우는 행위란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것뿐 아니라, 강물이 내 몸을 통과하는 일과도 같았다. 스물 댓 살 먹었던 시절, 그 마음을 눈치챈 애인이 물었다. "오빠, 수영 잘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응, 조금 잘해." 애인은 잘하면 잘했지 조금 잘해는 뭐냐고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는 수영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수영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는 것이라고 하마터면 속마음을 들킬 뻔하다 말았다. 어쨌든 그 이후로는 오랫동안 물에 들어갈 일이 없었다.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수영 실력이 탄로 날 일도 없었다. 물론 몇 번인가 영화를 보면서 개헤엄 같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내 수영 실력이 들통나기도 하였지만, 다행히도 그것이 내가 섬진강에서 오랫동안 배운 극진한 수영법임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발끝 닿을 듯 말 듯한 깊이의 섬진강만이 속사정을 알아채고는 말없이 내 마음을 건너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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