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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Sep 14. 2022

슬퍼서 우느냐고 물었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먼 곳에서 울음을 배워온 사람을 만났다. 그 울음을 해독할 수 없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이는 울음. 더 멀리 보이는 울음. 그 사람은 울음을 배운 것이 아니라 찾아낸 것이었다. 호두알처럼 손에 쥐고 울어도 좋을 울음. 나는 슬퍼서 우느냐고 물었다. 그는 슬픔과 울음 사이에는 긴 강이 흘러서 서로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나는 눈을 감고 있는 그를 혼자서 오래 바라보았다. 다 울고 난 뒤 그가 수련의 잎처럼 눈을 떴다. 부유하는 눈빛. 바람과 비가 다녀가도 견뎌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눈빛. 긴 한숨을 몰아쉬고 자신만 아는 모국어 속으로 사라지는 눈빛. 세상의 모든 울음을 귀걸이처럼 달고 오늘도 팽팽하게 부유하는 눈빛. 그 눈빛이 내게 슬퍼서 우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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