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모르면 좋았을 것들이 만나 계절을 이룬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 삶과 죽음의 길이가 같을 때 9월은 간다. 섬망처럼 찾아드는 햇빛. 재채기를 하고 나서야 지금까지의 꿈이 모두 현실이었음을 깨닫는다. 햇살은 짧아지고, 저녁은 뭉툭뭉툭 내가 아는 만큼만 어두워질 때, 더 이상 어두워지지 않는 어둠도 있다. 그러니까 꼬리가 짧을수록 밟히는 삶도 있는 것이다. 그림자의 반대말이 뭔 줄 아니? 누군가의 물음을 따라 걷는 저녁은, 그것이 배반인 줄도 모르고 참 따뜻하고 아늑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손금이 다른 이유는 정해진 운명과 정해지지 않는 운명 사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깊은 위로 때문이다. 햇빛만 보면 재채기를 하는 내 영혼은 어느새 훌쩍하고도 슬쩍, 9월의 마지막 그림자에 편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