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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Jun 11. 2022

셀프 기브 앤 테이크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자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는 주고받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타인과 나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각자 잘 이행하기로 합의한 전제 조건이다. 한 사람은 기버(giver) 역할만 하고 다른 사람은 테이커(taker)만 할 순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반드시 상대방이 있어야만 기브 앤 테이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스로를 객관화해보면 나에게 기브와 테이커 두 역할을 다 맡길 수 있다.


그전에 Give와 Take를 구별하고 가면 좋겠다. 왜냐하면 give와 take 단어 자체의 의미도 다이내믹하고 fluid 하여, 시점과 위치에 따라 단어 주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기도 하고, 동시에 거울 안에 있는 자신일 수 있다. 거울에 비춘 나에게 적용했을 때의 give & take 다:


Give; 나에게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

Take; 이 세상에 있는 어떤 한정된 자원을 의도적으로 가지고 오는 것.


2 Gives (do’s & don’ts)


Give yourself a break (여유를 주기)

쉴 시간을 더 주라는 말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있거나 이제 생겼다면, 그 일에 착수할 때 마음 안에 여유 공간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제부터 내가 할 일들은 대부분 오래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1, 2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할 일이 아니라 긴 시간을 투자할 일이라 판단했다면 기꺼이 여유 공간을 설정해야 한다. 러닝을 할 때, 5~6킬로 단거리 페이스를 20K 러닝에서 유지할 수 없다. 인생은 단거리 러닝보다 마라톤이고, 또 인터벌 러닝에 가깝다. 빡세게 뛰어야 할 때가 있고, 걷거나 천천히 뛰거나 아예 멈춰서 쉴 때가 있다.


2/ 두 번째는 스스로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기 위함인데, underpromise 하는 연습이다. 내 역량은 내가 제일 잘 알지만, 위 1번의 이유와 함께 매 순간 100%를 해내기 어렵다. 어차피 잘할 자신이 있다면(=있기 때문에) 내 마음에 좀 더 여유를 주는 것이다. 남이 뭐를 해달라 했을 때 흔쾌히 ok 하고 더 많은 것을 대화에 꺼내 놓으면, 나중에 스스로를 지나치게 다그치게 된다. 어차피 상환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면 3%로 ok 할 상황에 ‘난 4%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모양새다. 내 마음에 여유를 더 줄 수 있으면 overpromising을 피할 수 있다. 아무도 없을 때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2. Don’t Give a F about others (남에게 쓰지 말기, 밖에 관심 주지 말기)

글을 쓰기 위해 매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공간이 넓어 남녀노소 찾아온다. 나는 딱 한 자리에만 앉는다, 넓은 철제 테이블의 한 모서리 창가 측 의자다. 나는 프로관찰러이다. 앉은 사람들을 관찰한다. 젊은 사람들은 옆에 누가 앉으면 경계심을 보이거나 자기 물건들을 자기 어깨 너비 사이로 모은다. 시니어층에게 그런 모습은 흔치 않다. 일행과의 버블 안으로 들어가서 주위 살피기는 덜하다. 근데 나는 이런 분들의 당당한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상상 속의 불특정 타인들을 의식하다 보니 계속 피곤하다.


담장 밖으로 목을 빼고 두리번거린다는 것은 담장 안쪽의 내 텃밭에 신경을 덜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작고 보잘것없는 내 텃밭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중에 맛있게 커가는 토마토가 내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거울 안의 나에게 줘야 할 내 한정된 관심과 에너지를 거울 밖에 주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2 Takes (do’s & don’ts)


Take what’s good for you (내가 좋은 것들을 가져오기)

Take와 Receive는 ‘받는다’ 의미로 비슷해 보이지만, take에 ‘내가 가져온다’는 느낌이 있다. 또, Take에는 receive 보다 ‘희소성’의 속성이 짙다. 수렵과 채집을 했던 우리의 조상 덕분에 우리에게 테이커의 본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것을 만났다면 그것을 가지기 위해 조금 더 은밀하게 게걸스럽고 야만스러워지면 된다. 그것은 삶의 대하는 태도부터 기회(opportunity), 혹은 내 안에 있는 경쟁력, 관심사이다.


프로관찰러인 나는 남이 가진 것 중 가져오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것을 똑같이 따라 함으로써 가지고 왔다. 사실 남들로부터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격이나 태도뿐이다. 내가 따라 할 수 있어서 내 것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생소한 자리에서의 붙임성,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의 능글맞음, 어려운 일을 맡고자 하는 적극성 등이 내가 나보다 나은 타인들로부터 가져온 특성(trait)들이다.


반면에 스스로에게 가지고 와야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나만 아는 내 경쟁력과 관심사들이다. 나만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끄집어서 가지고 오지 않으면 어렵다. 앞서 말했던 담장 안 내 텃밭의 주도권을 냉큼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래서 토마토도 심어보고 호박씨도 심어보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을 의식적으로 가지고 오다 보면, 더 땡겨 오고픈 욕심이 생기는데, 나에 대한 욕심은 대부분 좋은 것이다. 그러니 Take some more.


2. Don’t Take it too serious (심각해지지 않기, 걱정 덜 가져오기)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용감한 사람들이 있다면 코미디언들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점점 심각해지고, 가벼운 유머와 농담들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점점 예민해지고 있고 불안해하고 생각한다. 휴머니티가 약해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 예리한 시대정신과 유머 감각으로 수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코미디언들이다. 무한도전이 종영되었을 때 다들 느꼈던 슬픔은 힘든 한 주를 마쳤을 때 웃을 일이 줄었다는 상실감이었다. 유머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것들 중 가장 어려운 스킬이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는 말이 진짜 맞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다 쉽지 않다 생각하면 다 어렵다. 우린 최근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져서 뭐든지 우선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건, 거울 속 나에게 조금 더 여유와 낭만을 줘보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걱정할 것들에만 귀중한 시간과 관심을 주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않은 걱정거리가 있다면 그것을 조금 희화화해보자(?). 웃긴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지, 심각한 얘기만 하는 사람은 힘이 들어 자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ssay by 준우

photo by Jovis A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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