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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Sep 12. 2022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것이 문제

시작은 항상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시험 문제의 정답을 찾을 때도, 창업을 할 때도, 문제를 아는 것은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을 이해했다는 뜻이다. Jay Z가 말한 것처럼, 살다 보면 99개의 문제(걱정)가 생긴다. 그중에 진짜 거슬리는 것들은 한 손에 꼽힌다. 그래서 먼저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적당히 괄시해서 확대 해석할 여지를 없애고 볼 필요가 있다.


걱정과 불안은 무언가의 결핍에서 오기에, 먼저 내 옆에 가장 조그만 질문 하나를 집어던져본다.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지는 행위는 내가 가진 마음의 문제를 알고 싶다는 능동적인 표현이다. 질문은 포물선을 그릴 수는 있어도 돌아가선 안된다. 차창밖 풍경을 지그시 쳐다보듯, 불안한 감정을 만드는 것과 일문 일답을 이어간다.


하지만, 단단한 질문을 집었어도 잠자는 문제의 코털을 건들기 무서울 수 있다. 던지느니 그냥 조금 오래 앓는 게 나을 수 있다. 진실은 너를 자유케 하리라 하지만, 소위 말하는 깨어있는 척하는 문화(woke culture)는 소금물을 들이켜는 것과 같다. 더 많이 알아야 문제의 실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절반의 믿음만을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현실감이 없는 지식은 내 걱정으로부터 나를 구제해줄 수 없다.


진짜 질문은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이다. 내 욕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다 문제일까?


돈이 없음은 문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있다가 없는 사람이나 그때도 없고 지금도 없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궁핍함이 문제라고 정의를 내려버리면 그것은 평생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상황의 결핍을 아는 것은 문제의 겉핥기다. 상황상 결핍은 지금 내 욕구를 충족하는 행위를 할 때 제한이 있다는 것인데, 그건 누구나 금방 느끼는 것이다.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의 결핍에 몰입하면 이 세상 ‘사짜’들의 뱀 같은 혀가 놀리는 달콤한 해결책에 속게 되어 더 큰 걱정을 만든다. 현상적인 결핍을 빌미로 월 300을 만들어주겠다, 자격증이 해결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 등등의 거짓말에 속지 않아야 한다.


누칼협, ‘누가 칼 들고 협박했어요?’은 분명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말이다. 그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 선택했기 때문, 이라는 말인 건 모두 다 안다.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찌르듯이 하는 것이 문제다. 더 우려하는 것은, 이 단어 때문에 내가 가진 문제의 원인이 상황상의 결핍이라고 사람들이 쉽게 단정 지을까 봐이다.


양적 완화 기간 동안 벌어진 자산 격차는 더더욱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주변인들의 자산 증식으로 인해 느낀 박탈감은 어쩌면 해결할 수 없던 문제였을 수 있는데, 투자하지 않는 당신이 문제라는, 당시를 현혹하는 메시지들로 인해 개인적인 상황 판단과 문제 인식을 무디게 만들었다.


투기는 일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투기는 상황의 결핍을 해결하는 척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해 더 큰 문제를 하나 만드는 꼴이다. 돈을 이체하는 행동 자체가 투자라고 보기 힘들고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적인 결핍에 계속 노출되어 겉핥기 방책에만 깔짝거리면 나이가 들수록 꼴이 사나워진다.


반면에 내가 돈을 벌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조건의 결핍에 기반한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내가 지금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일 능력/매력에 부족함을 느꼈거나, 내가 돈을 벌기 좋지 않은 환경에 있다고 생각했거나 등이다. 지금 상황과 독립적인 조건을 건드리면 그에 종속한 변수(상황)는 자연스레 조정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인이 내 안에 있음을 알았다 하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다. 해결할 능력이 지금은 없거나,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짜 일(fake work)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다. 오늘 저녁까지 완성해야 할 중요 자료가 있는데 지금 메일함을 정리하거나 저녁 재료를 손질한다면 그건 가짜 일이다. 극적으로 말하자면, 유럽 가구를 소싱하는 부띠크를 차리는 게 목표인 사람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기업 M&A 자문이라면 가짜 일이라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조건적 결핍 인식 이후 실행 단계에서 막혀있기 때문에 끙끙 앓는다. 해결을 위한 행위를 위한 행위를 위한 행위가 길어질수록 결핍은 후회가 된다.


, 가진 결핍이  존재의  면을 지탱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해결할  없는 문제다. 성장기에 형성되어 자기 실존적인 조건이 되어버린 결핍이다. 지금의 나로서 설명되는 , 이것은 해결/제거 대상이 아닌 활용 가치의 대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핍을 인식함으로 인해 뜨거워지는  안의 (fire) 이용해 지금 앉아 있는 의자에 불을 질러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essay by 준우

photo by Natali Hordii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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