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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Sep 18. 2022

부동산이나 IT나 똑같네

일 잘하려면 친절하세요

부동산 하다가 IT 하려니 죽겠다. 호기롭게 커리어 피봇을 감행하였고, 새로운 분야인만큼 처음부터 황새걸음으로 빠르게 걷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 앞에 주어진 일은 하늘이 주신 것이고, 감사히 받들어 행하기로 마음먹은 지 어언 3+개월. 매일이 고비이고, 갈려 나가는 중이다. 잠시 몸 담은 공유오피스는 지점의 입지와 내부 하드웨어가 사업의 성패의 70% 이상을 먹고 들어갈 정도로 중요했다. 보통 5~15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그렇게 가야 하다 보니 초반 상품(사업) 개발이 비교적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지금 팔아야 하는 IP 기반 NFT 상품은 이커머스와 멤버십 상품, 그리고 변동성 높은 시장을 모두 신경 써야 한다. 초반 틀을 잡는 게 무조건 중요하지만, 상품 세일즈의 호흡이 훨씬 길다. 이건 앞으로 브랜드가 web3.0 환경에서 NFT를 이용한 사업을 전개한다면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하는 일도 사업 개발이라, 직무 자체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높진 않지만, 낯선 산업에서 새로운 고객사들과 없던 것을 만드는 일은 숨 가쁘다. 시장 상황과 고객 정서(sentiment)를 신경 쓰며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랴, 동시에 내부 유관부서의 협조를 이끌어내랴, 3-Dimensional 업무임이 틀림없다, 일에 종료가 없다.


이제 수습 딱지를 떼고 숨을 고르며 생각해보니, 이렇게 큰 회사에서 신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게 처음이라, 이런 진통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계획이 앞 산으로 가든, 뒷 산으로 가든, 200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같은 산을 바라보고 있다.


주변에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들을 보면서 앱/웹서비스 런칭을 쉽게 본 나를 다그쳤다. 난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 와이어프레임(wire frame)이 뭔지도 몰랐고 프론트앤드, 백앤드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 지도 몰랐다. 아직도 개발자와 기획자분들이 서로 요청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랴, 난 견학하러 온 것이 아니니 내 밥값을 해야 한다. 특정 환경을 선택했다면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는 오롯이 자기의 몫이다. 내가 이 회사에서 일인분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제공해야 할까,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인 사람 냄새나게 일하기로 했다.


4개의 회사를 지나오면서 주의 깊게 관찰한 대상은 딱 하나, 사람들이었다. 세상엔 많은 형태의 비즈니스가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업체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똑같다.


어디를 가든 그곳엔 낙관론자와 냉소론자가 섞여 있다. 낙관적인 직원은 가고 있는 이 길에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는 사람들이다. 냉소적인 직원은 위기를 불러올 불확실성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자는 사람들이다. 낙관적인 그림엔 디테일이 부족하고 냉소론자의 그림 속엔 불길함이 역력하다. 사람마다 미지(unknown)를 해석하는 방법과 정도가 다른 것이 정상이다. 한쪽이 맞다는 생각은 풍경화를 그릴 때 원근법을 무시하겠다는 것과 같다.


사업을 해나간다는 것, 특히 전례가 없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그 진행 과정에서 상상과 의욕이 그 자체로 투자 근거와 예상치가 된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데 그 설명이 이성적으로 완벽히 설득되는 것이 더 이상하다! 그래서 먹히는 사업 계획엔 감성 요소들이 일부 반영될 수밖에 없다(실재적인 데이터와 논리가 뒷받침함을 전제함). 100% 이해되고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라면 실제 결과물은 그것보다 훨씬 단조로울 것이다.


신사업이 불확실함을 안고 굴러가려면 낙관론자와 시니컬리스트가 모두 필요하다. 낙관론자가 간과할 치명적인 리스크를 냉소적인 직원이 캐치한다. 냉소적으로 보면 확신이 서지 않는 결정에는 낙관론자의 이상향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또한, 어디를 가든 Doer(해보려고 하는 자)와 Doubter(안 하려는 자)가 있다. 한다고 다 옳은 결과를 내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사업 개발 조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해보려는 자세가 기본 이어야 한다. 되는 방향으로 대화의 핸들을 잡아야 한다. 회사가 클수록 직원의 업무와 책임 소재가 구체적이다. 그렇다 보니 하던 일(status quo)에 변화를 주는 영향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만들어서 안 하려는 사람은 회사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스스로를 낡은 부품 취급하는 꼴이다. 젊은 꼰대들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벌써부터 변화와 실수가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조직에나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동료에게, 고객에게, 가족에게 일관성 있게 친절한 사람은 대게 일도 잘한다. 따뜻한 배려로 타인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작은 말씨 하나도 주의하려는 자기 통제력과 메타 인지가 높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업무 형태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럼 현실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 한 동료들과 일을 하게 된다. 본인이 이런 업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협업에 있어 휴머니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왜 일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실력보다 인품이 커리어나 사업의 롱런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프로 일잘러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배우기 위해 일을 한다. 그들이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 이겨내려는 태도가 내가 배울 진짜 레슨이다. 동료들을 도우려는 First In, Last Out 정신과 힘들 때 웃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은 홀로 설 수 있는 힘이다. 결국 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essay by 준우

photo by Matt Coll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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