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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Sep 26. 2020

우린 달에 갈 것입니다

사건을 결정하는 두 가지

행동, 사건의 출발점


성경의 기록은 태초에 하나님이라는 주체가 천지를 창조하시는 행동으로 시작한다.
우리도 인생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행동을 기점으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살다 보면 이 세상은 온갖 수많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이야기, 내 주변 인물 이야기, 그리고 내 이야기와는 평생 평행선을 이루는 세상의 이야기들뿐이다.

이야기의 필수 요소는 인물이다. 인물은 사건을 만들면서 줄거리를 이끈다. 정확히는 인물이 사건들을 만드는 ‘행동 작용’이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동사(verb)를 갖지 못 한 인물은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끝낼 수도 없다. 일련의 행동들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이 모여 인생 스토리가 된다. 개별 사건들은 육하원칙이라는 재료로 이루어지는데,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는 이야기 집을 완성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육하원칙은 이야기를 3차원 세계에서 머물도록 만든다.


행동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재료인 ‘무엇(what)’‘어떻게(how)’ 중 어떤 것이 먼저 오는지에 따라 사건(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진다.


먼저, 무엇(what)은 구체적인 지향점이자 행동이 가야 할 목적지다. 행동의 바깥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떻게(how)에 비해 거리 감각이 있다. 또한 사건을 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재료가 되며, 점(dot)이나 선형(linear)의 모습을 갖는다. 반면, 어떻게(how)는 행동 자체를 구체화하는 재료다. 행동을 계획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닐 수 있지만 행동 자체에 대한 이유를 부여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how)는 관찰적이고 사유적이다. 이 둘은 자체적으로 비교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보완 관계에 있다. 다만 무엇이 행동 결정에 선행하는지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진다.


무엇을 > 어떻게 vs. 어떻게 > 무엇을


하나)

무엇을
카페 창업
어떻게
해링본 스타일 바닥재를 깐 90년대 뉴욕 주택 스타일에 70년대 뉴올리언스 재즈를 튼다.

vs.

어떻게
해링본 스타일 바닥재를 깐 90년대 뉴욕 주택 스타일에 70년대 뉴올리언스 재즈를 튼다.
무엇을
부티끄 로펌

)

무엇을
피트니스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떻게
동기 부여를 주는 주제로 영상을 촬영한다.

vs.

어떻게
동기 부여를 주는 주제로 영상을 촬영한다.
무엇을
국가고시 준비생의 1년 공부 계획

두 예시 모두 옳고 그름이나 경중을 비교할 수 없지만 (무엇 -> 어떻게)보다 (어떻게 -> 무엇)의 이야기 전개 범위가 더 넓을 것 같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우린 달에 갈 것입니다."


1962년 휴스턴 Rice 대학 운동장에 선 미국 JFK 대통령은 미국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미국 달 탐사 계획을 천명했다. 그 후 7년이 지난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당시 시대 상황을 바탕으로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결정에 무엇(what)이 우선했을지, 어떻게(how)가 우선했을지 생각해보았다.

1962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냉전이 지속되던 시기였고 1960년에 발발한 베트남 전쟁에 미국이 참전할지 말지에 한 논의로 미국 내 갈등이 고조되던 때였다. 이렇게 한창 총성 없는 전쟁 중에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JFK는 공산 진영을 이끄는 소련과의 국력 경쟁을 통해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를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왜 JFK는 총을 쏘지 않고 소련을 이길 많고 많은 계획 중 달에 가기로 결정을 했을까?


여러 의미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었던 아폴로 프로젝트에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달 탐사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우주/항공 기술이 국방 기술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순수(?)한 탐사 목적이었기보다는 과학 기술에서 소련을 견제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특히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사람이 소련인 가가린이었다는 사실로 이미 미국인의 자존심에는 흠이 났기 때문에 JFK 정권은 상황을 반전시킬 사건을 계획할 때 ‘어떻게’를 먼저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무엇을: 달에 가겠다.
어떻게: 탐사선을 보낼 기술을 개발한다.

어떻게: 소련에 과학 기술의 우위를 점함으로써 군력을 쓰지 않고 공산 진영의 확산 및 도발을 억제한다(민주주의를 수호한다).
무엇을: (국방기술과 밀접한) 우주/항공 기술을 열심히 개발해 달착륙 우주선을 만든다.

둘 다 사건이 될 수 있는 논리지만 아래가 더 납득이 간다. ‘무엇을(what)’이 먼저냐, ‘어떻게(how)’가 먼저냐를 결정할 때 가장 좋은 도구가 되는 것은‘왜(why)’ 다. 이 둘 사이에 ‘왜?’를 집어넣으면 행동할 사건에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위의 경우 소련보다 빨리 달에 착륙할 수 있는 기술력을 얻어 세계 지배력을 높이기 위함이 ‘왜(why)’가 된다.


인류의 달 착륙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가슴 뛰는 역사적 사건이다.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사진은 어떻게(how)’로 계획했던 이 사건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어떻게(how)’를 먼저 고민했던 사람은 지구 너머 미지의 것을 상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히 방법론만을 말하지 않는다. How 사건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행동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도 함축한다. 그래서 높은 차원의 행동을 계획할 때 ‘어떻게(how)’를 앞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는 다음에 올 무엇을(what)’  결정하는 데에 주체적인 이유를 알려줄 것이다. 우리 모두 보물섬이 그려진 보물 지도를 가졌지만 그곳에 어떻게 항해할지는 우리의 상상과 구체적인 이행 방법에 달렸다. How라는 재료가 달 너머에 있는 이상향을 가리킬 북극성이 되어 줄 것이다.



essay by junwoo lee

photo by Guillermo Ferla, 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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